THINKING2010. 3. 3. 22:50

한국 만화영상 진흥원에서 오후 3시부터 시작한
아드리안 스미스 작가의 컨퍼런스를 다녀왔다.

아드리안 스미스 작가는 영국의 게임 일러스트로서 국내에는 <워해머>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유명하다.

세미나 내용은 아드리안 스미스 작가의 그림을 하나씩 보면서 질문을 받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프리스트로 유명한 형민우 작가도 참석하였다.

아드리안 스미스가 이야기를 하는 도중 '망가'라는 말을 꺼냈다.
" 작품은 망가 스타일로 그려보았습니다."
동시에 객석이 술렁였다.

어떤 나이 지긋하신 분께서(아마 원로 작가님일 것이라 생각된다) 질문을 던지셨다.
"망가라고 하신 말씀이 아시아권의 만화를 말씀하신건지 일본의 만화를 말씀하신건지 궁금합니다."

아드리안 스미스 작가는 통역에게 말을 들은 뒤 바로 사과를 하였다.

곧 형민우 작가의 설명이 이어졌다.
아시아권의 만화가 '망가'로 통칭되는 것이 국내 작가들의 컴플렉스라면 컴플렉스이지만
외국인에게 만화와 망가를 구별해서 말해달라고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라고.

형민우 작가의 말이 맞다.
같은 그림을 보여주고 어떤것은 만화고 어떤것은 망가고..
또 이것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이 잘못인양 이야기 하는 것은 무리수가 있다.
우리끼리는 망가와 만화를 구분하며 이야기한다.
하지만 외국인의 눈으로 보면 전혀 구분을 못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필자조차도 구분이 안가긴 한다.

일본의 만화 시장이 세계 점유율이 월등히 높다는 것은 사실 기분좋은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이유 때문에 망가와 만화를 구분해 달라는 일종의 '억지'를 부려서는 안되는 말이다.

(물론 본인은 만화와 출판에 관련된 일을 하지 않기에 제 3자의 눈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달라
때에 따라 잘 모르는 부분을 사실인양 말한 경우도 있겠지만 너그러이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

논점은 여기에서 시작하는 것 같다.
과연 일본의 망가와 우리나라의 만화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물론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 변명을 하자면
망가와 다른 우리의 '만화'를 그리는 작가분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역시 대다수의 작가들은 정체성이 모호하다.

그것이 잘못됬다는 것이 아니다. 개인마다 기호와 선호도가 있으니까..
하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확실히 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외국인들이 망가라는 말을 쓰지 못하게 하는 것은
확실히 앞뒤가 안맞는 것 같다.

정체성을 찾는 부분은 필자가 한마디로 말할 수 없다. 디자인이 될 수도 있고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주제나 소재가 될 수도 있다. 감성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작가들이 모두 하나의 정체성을 갖을 필요도 없다.
꼭 우리나라의 문화만으로 이야기를 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그것을 개개인이 찾아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일본에게 뒤쳐진다는 것은 항상 억울하다.
하지만 억울해 하기 앞서 뒤쳐지지 않게 시도하는 것이 우선이다.

끝으로...이렇게 재미없고 긴 글을 읽어준 당신은 용자다.
Posted by 나무그늘아래